치열하게 버티는 너는 사실 죄인보단 위인에 가깝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세상은 스스로의 난독을 부정하고 너를 가두려 한다. 가둬질 바엔 버티겠노라 너는 침묵으로 선언한다. 이제는 말을 해도 괜찮나 수십 번 고개를 내밀었을 테지만 너의 이마에는 수많은 흉이 져있다. 그제야 구실이라 불리는 두려움을 파악한다. 그렇게 너는 선언을 어긴다. 난 그렇게 다시 고개를 숙인다. 좋은 먹이는 고개를 숙여야 한다. 그리 배웠다. 그러나 세상이 너를 먹어치우기엔, 너는 너무도 단단하게 그곳을 지켜내고 있다.
고백하자면, 너의 앞선 나날과 현재는 큰 차이가 없다. 또 고백하자면 내일도 글피도 모든 다음에는 오직 침식만이 작용할 듯하다. 해서 또 고백하자면, 너에게 용서를 구해야 하는 나의 몫은 원금을 넘어섰다. 덧대어 나아가기에는 어느새 너무나 많은 것이 끝났다. 네가 겪은 실패 보다 더 많은 실패가 기다리고 있다. 이 모든 것을 기회로 삼기에는 지나치게 두려움을 깨쳤다. 내가 너에게 과연 정당한 배상을 해낼 수 있을까, 기꺼워했으면 하는데, 자신이 없다. 무섭다. 안타깝게도 나는 네가 제일 경멸하는 형태로 빚어지고 있나 보다.
『 동 』 5p (48p)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