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EMENT


 마루소는 렌즈 기반의 시각매체를 다룬다. 카메라 센서로 포획한 이미지 파편을 화면 위에 배양, 가공하여 장면을 추출한다. 그는 추출한 장면을 매개 삼아 육체, 언어 등 타고난 한계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작업의 동력으로 삼고있다.


 그는 환상을 목격하는 허구적 경험을 실제 사건과 혼재시킨다. 활동명 ‘마루소’는 작업 주체, 그리고 장면 속 화자를 동시에 정의한다. 우화를 통해 현실을 은유하는 고전 동양 서사의 영향을 받았다. 현실과 비-현실, 사실과 거짓의 경계를 거부하며 화면의 목격자로 진술하는 주체와 현실에서 작품을 이어가는 당사자를 동일시하며, 사무치도록 선명한 한계를 벗어나 그에 수반하는 고통과 정형의 사고로부터 해방되길 꿈꾼다.


 근래 그의 장면에선 비-인간 생명체를 향한 일방적인 선망이 두드러지고 있다. 포자나 폴립과 같이 공생, 확산 등 인간과는 다른 문법으로 번식하고 생장하는 모습을 관찰한다. 그리고 이를 작업의 방향성으로 삼고서 유기적으로 끊임없이 연결을 맺는 형태와 질감을 탐색하는 실험을 반복한다. 안료가 쉬이 안착하지 못하고 다른 잉크와 엉겨 붙도록 하여 선명한 정보를 무너뜨리는 ⟨좌굴⟩연작을 시작으로, AI 기술을 빌려와 이미지를 융합하여 이미지의 픽셀 단위 확장을 실험해보는 ⟨확산⟩, ⟨배양⟩연작으로 작업을 이어오며, 수집해온 여러 이미지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며 다양한 장면을 선보인다.